박원일 목사님의 칼럼이 한국일보에 실렸습니다.
저희교회 방문소식도 함께 있습니다.
종교
칼럼
박원일(LA새길교회) 목사
예수는 누구인가?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b
오래 전 목회자 연장교육 강사로 초대 받았을 때의 일이다.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입니까? 도대체 그리스도인은 무엇 하는 사람입니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그리스도인이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입니까?'
유대인도 하느님을 믿는다. 회교도들도 하느님을 믿고, 또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아이구 하느님' 하면서 하느님을 부른다. 그들 모두 그리스도인이란 말인가? 그러면 대개의 경우 이렇게 응답한다. 그들이 믿는 신은 야훼나 알라 그 밖의 다른 신이라고.
그러면서 자신들이 믿는 기독교의 하나님만이 진짜 하느님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절대자 하느님에게 이름이 있다 치더라도 과연 그것이 하나님일까? 야훼도 아니고 알라도 아니라는 논조에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느님의 존재 여부는 신의 문제이지 우리들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신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나, 우리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신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 정립과 관련되며, 우리 삶의 방향과 행동을 결정짓는다.
흔히 기독교는 계시 종교라고 말한다. 서구의 전통적 이해와 정서가 그렇다. 그렇다면 누가 신의 뜻을 알려주는가? 이 지점에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인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 갈린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유대교에서는 모세가 하느님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가르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가 하느님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믿는다. 이슬람교는 모하메드에서 찾는다.
이제 다시금 위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해보자.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란 '하느님을 믿는 사람 '이라는 모호하고 무분별한 이해가 아니라 예수가 하느님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보다 분명한 이해로 다가설 수 있다. 예수가 하느님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말을 복음서 용어를 빌어 표현하면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선언이다.
'예수는 누구인가'는 예수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다.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가?는 그의 실천과 행동윤리를 묻고 있다. 예수는 스스로 하느님의 보냄을 받은 자로 여겼고, 하느님의 믿음과 가치관을 자기 삶의 푯대로 삼았다. 그렇다면 예수는 스스로 메시아 그리스도 인식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 질문이 만일 유대 왕권 회복에 기초한 왕된 그리스도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라면 대답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할 수 있다. 예수는 그런 그리스도 이해를 갖고 있지 않았다.(막12:35-37)
하지만 본래 메시아의 의미 곧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이해에 기초한다면 예수는 분명 스스로 메시아 그리스도 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는 이유로 물 한 잔 대접하는 일이 크게 칭찬을 받을 정도라면 막( 9:41), 그런 그리스도는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 뻔하다. 당시에 고난의 그리스도를 따른 제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보다 우리에게는 보다 현실적이고 절실한 물음이 된다. 우리들의 예수 이해가 각자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랍비요, 선생이다. 우리에게 사람이 마땅히 살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시는 분이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로서 우리는 예수의 믿음 곧 하느님의 믿음과 가치관을 우리 삶의 잣대로 삼는다. 예수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보내심을 받은 자, 그리스도로서 각자 일관된 삶을 산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곧 그리스도에 속한 자라는 말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리스도인은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사람이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 기름부음을 받은 자, 메시아이다. 하느님의 일이 다양한 만큼 그리스도(메시아)의 유형이 많이 있겠지만 예수야 말로 참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이 고백이 '예수가 그리스도이다'라는 선언에 담겨 있다. 이 표현에는 당시 그리스도로 일컬어졌던 대상 로마 황제와 왕된 그리스도 이해에 대한 반감이 은연중에 실려 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 속한 자이다. 마치 음악가가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이듯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관련된 사람이다.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일을 위임 받은 그리스도로서 소명을 다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정체성이자 행동강령이다.
WE 연합교회(349
Kenneth Ave.)는 2월18일과
21일, 25일 박원일(LA새길교회) 목사를 초청해 신학강좌를 연다. 이 칼럼은 강좌에 앞서 박 목사의 책 '마가복음 정치적으로 읽기' 에필로그 일부를 편집 수정한 것이다.
박원일(LA새길교회) 목사